Written by Vanessa

(letyougo312@gmail.com)

여름 휴가를 받아둔 필로 씨.

달력에 크게 표시는 해놨지만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선다.

여행? 카페 투어? 그냥 집에서 누워있기?

마침 동료에게서 카톡이 온다. 

-너 나랑 제주도 갈래? 

-갑자기?

답은 퉁명스럽게 보내지만, 보내자마자 ‘제주도 사진맛집’을 검색하는 필로 씨.

잠깐.. 제주도는 바람이 세니까 이마도 더 잘 드러나겠지?

필로 씨는 책상 위 거울을 보며 이마선을 확인한다. 

아침마다 두피 마사지를 해준 뒤로 조금씩이지만 잔털이 나고 있다.

필로 씨는 파티션 너머 부장님 눈치를 보며 두피 림프 마사지를 시작한다.

탈모 개선에 도움이 되는 림프 마사지는 아래의 순서대로 하면 된다.

1. 검지와 중지를 사용해 양 손가락으로 관자놀이 부근의 옆머리를 꾹꾹 눌러 준다.

2. 좌우 손가락으로 이마의 가운데부터 양옆으로 이마 라인을 따라 꾹꾹 눌러 준다.

이마의 가장 위쪽, 눌러서 살짝 아프면서도 시원한 부분을 시작점으로 두면 된다.

3. 양손 다섯 손가락을 모두 사용하여 정수리를 감싸듯이 지긋하게 눌러준다. 10~20초간 유지한다.

4. 양손바닥으로 머리를 감싸고 약 10초간 머리를 당겨 올린다. 너무 세게는 말고 눈꼬리가 위로 살짝 올라갈 정도면 된다.

5. 손가락 끝을 사용해 머리 전체를 부드럽게 두드리듯 마사지해준다. 이마 위의 헤어 라인부터 정수리 뒤쪽으로 톡톡 튕기듯 두드린다.

순서와 시간을 정해 소개했지만 필로 씨처럼 틈나는 대로, 상황에 맞는 동작을 수시로 해주는 게 제일 효과가 좋다.

두피 림프 마사지는 두발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노폐물들이 림프관 방향대로 원활하게 배출될 수 있게 돕는 원리다.

워낙 림프구들의 흐르는 속도가 느리다보니 노폐물이 누적되면 정체도 잘 된다.

노폐물은 살아 숨쉬는 매 순간 발생하니 마사지도 수시로 해주는 건 당연한 일.

한참 자리를 비우던 옆자리 대리가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책상 아래에서 길고 납작한 상자를 꺼낸다.

뭔가 하고 보니 썸녀와 여행 가면 쓸 거라고 사 놓은 오리발이다. 썸이 깨져서 죄다 반품한다고 한다.

필로 씨는 ‘오리발은 에바’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핀잔을 준다.

대리가 뭔가 생각하더니 휴가 계획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온다. 얼버무리는 필로 씨.

대리가 툭 말을 꺼낸다.

“너 나랑 속초 갈래?”

당황하는 필로 씨.

‘내가 왜?’ ‘너랑 나랑 단둘이?’ ‘장난치지 마라’ 여러 가지 말들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래.”

필로 씨의 시원시원한 대답에 제안했던 대리가 더 놀란다.

-계속-